이젠 힘든 건가요 아다치상? -크로스 게임- [Comics] by auxo_

크로스 게임

아다치 미츠루
2005년 ~ 2010년 연재. 단행본 17권


먼저 본인은 미츠루 아다치의 엄청난 팬이었고 <터치> 와 <러프> 는 지금까지의 만화 중 베스트에 꼽힐 만큼 좋아한다는 걸 밝힌다. (실제로 가장 많은 포스팅을 했던 작가...)

뭐랄까... <터치>, <러프> 에 이어 아다치의 집대성이라고 할 수 있는 <H2> 를 끝내고 나서부터일까? 그 이후부터의 작품들을 보고 있노라면 뭔가 갑자기 엄청나게 갈등하고 흔들리고 고뇌하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스포츠의 탈을 쓴 청춘멜로... 라는 자신의 정형화된 이미지와 구조를 바꿔보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칭찬할만 하지만 결과가 계속 안좋다는게 문제... <카츠> 를 보면서 실망과 함께 약간의 희망이라도 잠시 봤다고 하면 이번 <크로스 게임> 에서는 슬슬 체념의 단계라고나 할까...


개인적으로 (매니아들 사이에서도) 아다치 최고의 작품으로 보통 <러프>를 꼽는다. 음... 뭐랄까... 조금씩의 아쉬운 점이 존재했던 다른 작품들에 비해 그 어떤 흠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작품이니까. (더 자세히 얘기하려면 따로 포스팅을 해야하니 그냥 이렇게만 설명을 하겠다) 아다치를 집대성한 작품이 <H2>라고 해도 최고의 작품은 <러프>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마치 이런 최고의 작품인 <러프> 를 뛰어넘어보이겠어!! 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카츠>에서 신선하게 시도되었던 강한 히로인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자신이 가장 자신있어하는 야구라는 스포츠 장르로 회귀. <러프> 처럼 군더더기 없는 주인공 위주의 흐름. <H2>에서 보여줬던 개성넘치는 조연들. <터치> 에서 보여주었던 죽음과 함께한 감정의 굴곡선까지... 마치 자신의 과거에 가지고 있던 모든 장점을 가져가면서 새로운 모습까지 보여주려는 야심찬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정말 대실패라고 말하고 싶다. 안쓰러울정도로 말이다...

가장 중심을 이루고 있는 코우-와카바-아오바 라인은 <터치>의 카츠야-타츠야-미나미 라인과 거의 판박이처럼 흡사하다. 하지만 <터치> 라인이 가진 세밀한 감정의 균형을 전혀 따라가지 못했다. 처음부터 강하게 시작하려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와카바를 1권에서부터 하늘나라로 보내버리고 강제로 <러프>의 케이스케-아미 라인처럼 끌고가려는게 눈에 보였다. 나름 비중있는 조연의 비중으로 출연했던 센다와 미즈키는 그냥 엑스트라로 봐도 무방할 정도였고 아카이시와 나카니시, 나머지 두 자매 또한 어중간하게 붕 떠버렸다. 유헤이는 그냥 야구라는 장르를 위해 억지로 끼워넣은 툭 튀어나온 못같은 느낌이었고 갈등을 담당해야할 악역과 라이벌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와카바를 쏙 빼닯은 아카네의 등장은 정말이지 지금까지 모든 작품 중 최악의 무리수였다고 확신한다. 비유를 해보자면 김태희의 얼굴, 이나영의 입, 임수정의 눈처럼 성형을 했는데 최악이 되어버린 느낌이랄까?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한 것도 매너리즘에 빠진 것도 아니었다. 정말 제대로된 작품을 다시 만들어보자!! 라는 의지가 보였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와버려서 정말 당황스럽다. 그리고 이번 작품이 정말 큰 충격이었고 안쓰러웠던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아다치 최고의 장점이자 불가침 능력인 감정표현 부분 조차도 현저히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가장 큰 예로 와카바가 죽었을 때의 장면과 타츠야, 히카리 엄마가 죽었을 때의 장면들을 비교해보면 정말 안쓰럽기까지 할 정도로 감이 떨어져버렸다. 영안실 앞에서 넋이 나간 부모님의 모습을 정지된 삽화처럼 표현하며 감정선을 강렬하게 표현했던 <터치>와 묵묵히 장례를 지내고 해질녘에 히로와 캐치볼을 하면서야 비로소 눈물을 흘리는 히카리의 모습으로 절제된 감정선을 표현했던 <H2>에 비해 와카바의 죽음에는 그런 감정선이 느껴지질 않았다. 어찌보면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잡는 가장 중요한 에피소드였을텐데 말이다. 고백장면도... 마지막 승부에서도...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장면에서도... 이게 정말 아다치가 그린 작품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재미는 있다. 아다치 작품들의 특징이 재미만으로는 항상 일정 수준 이상은 보장하니깐 말이다. 읽다가도 기존의 여러작품들과 비교를 해보기도 하고 그런 재미는 솔솔했다.
당황스럽고 안타까운 마음을 동반하면서 말이다.

걱정이 된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미츠루 아다치라는 위대한 만화가가 이대로 계속 내리막길을 걷는 것일까....? 앞으로는 3대 명작과 비슷한 레벨의 작품은 볼 수 없는 것일까? 하지만 이런 물음 따위 별 의미가 없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그가 꾸준히 작품활동을 계속 하고 있다는 점이니까. 수준이야 어떻든 그의 재미난 작품들을 계속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니깐 말이다.

이래저래 생각할꺼리도 많았고 오마쥬적인 요소들도 많아서 꽤나 흥미롭게 봤던 이 작품으로 인해 아다치에게 새로운 재도약의 발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어찌됐던저찌됐건 그의 작품들은 정말 모.두. 재밌으니깐 ^^




뱀다리. 그런데 정말 아카네는 어찌 마무리를 지으려고 그렇게 등장시킨 것인지 작가의 의도가 정말 궁금했다... 진짜 그건 무리수였는데 허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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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크로스게임정주행 2011/12/26 19:04 # 삭제 답글

    ㅋㅋ 정말 아다치선생님의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봤지만 전 h2가 제일재밌었네요 ㅋㅋ 글을보며서
    다시한번 만화들에대해 생각하게되어좋았습니다! 그런데 아카네는 정말 어떤의도였을가요...어느쪽에도 붙지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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