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웍스 변화의 시작 -드래곤 길들이기- [Ani] 애니/만화

드래곤 길들이기 (How To Train Your Dragon, 2010)

감독 : 딘 데블로이스, 크리스 샌더스
출연 : 제이 바루첼(히컵), 제라드 버틀러(스토이크), 아메리카 페레라(아스트리드)
기타 : 2010-05-20 개봉 / 98분


3D 애니메이션의 지평을 연 드림웍스...를 떠올리다 보면 항상 비교되는 이름이 바로 디즈니&픽사(이하 픽사)의 존재일 것이다. 처음에는 훌륭한 라이벌로 불리우던 픽사는 시간이 흘러가면서 탄탄한 스토리와 훌륭한 메세지들을 내포하는 걸작들을 내놓은 반면에 드림웍스는 <슈렉> 단물로만 연명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애들이나 보는 것이라는 편견을 가진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를 성인들도 공감할 수 있는 단계까지 끌어올린 픽사에 비해 드림웍스는 여전히 애들용이라는 타이틀을 벗지 못했다고나 할까? 중간에 <쿵푸팬더> 로 어느정도의 흥행력은 회복하긴 했지만 이 작품 역시 픽사의 작품들에 비해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개인적으로 드림웍스 = 애들용 이라는 생각이 굳어지게 되었고 <몬스터 vs 에이리언> 를 보고서는 이제 드림웍스는 정말 안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소리소문 없이 개봉한 작품이 바로 제목도 요상한 <드래곤 길들이기>... 하지만 이 작품으로 인해 그 동안 드림웍스에게 가졌던 편견이 깨져버리게 되었으니~


사실 드림웍스는 3D 기술력을 제외한 모든 부분에서 픽사에게 미치지 못한다. 가장 큰 부분인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감동을 주는 메세지를 차지하고서라도 연출력에서도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드림웍스가 자잘자잘한 재미를 줄 수 있는 애니메이션으로써의 연출에만 신경을 쓰는 동안 픽사는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일명 명장면이라고 불리우는 감동적인 연출을 선보였으니 말이다. 이번 작품에서도 스토리와 메세지는 픽사에 비해 많이 약했다. 하지만 적어도 연출적인 면에서는 기존의 드림웍스의 작품들과 차별화를 둘 정도로 월등히 훌륭해졌다는 점이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물론 스토리와 메세지 부분도 마찬가지다)

드래곤을 적대시하는 바이킹족에서 태어난 히컵과 드래곤 투슬리스와의 우정과 교감. 그리고 드래곤과 바이킹족과의 화합을 하게 되는 스토리와 메세지를 꽤나 훌륭하게 표현해냈다. 비록 뜬금없는 (스토리 전개에 별 필요가 없었던 아스트리드와의 관계) 몇몇 부분이 눈에 거슬리기는 했지만 기존 작품들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메세지였고 앞서 말했던 가장 크게 변화한 연출력이 빛을 발했다. 캐릭터들이 티격태격 하는 재미를 주는 자잘한 씬을 적절하게 줄이고 이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부각시킨 씬이 많아진 것이다. 특히나 투슬리스와 히컵이 보여준 환상적인 비행씬은 지금까지의 드림웍스의 모든 작품들 중 최고의 명장면이라고 뽑을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한 연출이었다.


영화나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나 모든 미디어에서 연출력이란 것은 어찌보면 미디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요소 중에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도 있다. 부족한 기술력도 뛰어난 연출이 가미되면 충분히 커버가 가능하게 되고 아무리 스토리가 수준 이하라도 연출이 훌륭하다면 훌륭한 평가를 받을 수 있기도 하다. 픽사가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를 영화의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영화와도 같은 연출력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리고 드림웍스 역시 이 작품에서 그런 연출력을 선보였다. 픽사를 따라한다는 자존심 때문에 일부러 안한건지 어떤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작품은 적어도 연출에 있어서만큼은 픽사와 어느정도 어깨를 견줄 수 있을 정도로 올라섰다. 드림웍스 변화의 시작이라고나 할까?


이런 변화의 조짐은 연출만이 아닌 스토리적인 면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마지막 전투가 끝나고 나서 한쪽 다리를 잃은 히컵의 모습... 기존 드림웍스 작품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너무나도 사실적이고 충격적인 전개였다. 이는 의도적으로 이미 한쪽 꼬리날개를 잃은 투슬리스와 동일하게 히컵에게도 다리를 잃게 만들어서 히컵과 투슬리스가 앞으로도 서로의 부족한 점을 메꿔주는 우정어린 친구로써의 모습을 암시한다. 이 얼마나 훌륭한 마무리인가!!!! 기존의 드림웍스의 작품들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큰 변화 중의 하나라고 생각이 들었다.


어찌 보면 픽사 따라하기 라고 볼 수 있기도 하지만 드림웍스가 가지고 있는 특징은 그대로 살려갔다는 점도 눈여겨볼 변화 아닌 변화 중 하나였다. 대체적으로 드림웍스는 매력있는 캐릭터들이 강점이다. 전형적인 애니메이션의 장점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지만 같은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픽사는 스토리와 메세지에 너무 포커스를 맞추다보니 캐릭터 쪽이 드림웍스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약하다.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건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여기서 말하는 캐릭터성이란 캐릭터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더 많이 팔아먹을 수 있는 느낌...이라고 하면 될라나?) 이 작품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투슬리스를 비롯한 독특하고 다양한 캐릭터들(드래곤들)로 인해 픽사에서는 볼 수 없는 정말 동화적이고 꿈같은 분위기를 유지한다는 사실이다. 한 마디로 정리해보자면 자신들의 장점은 유지한채 약점만 보완한 아주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해야하겠다.


이렇게 장점만을 주구장창 늘어놓기는 했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 아직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이 보여 아쉽기도한 작품이다. 앞서도 말했듯이 억지로 끼여넣은 듯한 아스트리드의 존재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상당히 걸리적거렸다. 그리고 주연 드래곤?이면서도 의외로 존재감이 약했던 투슬리스도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다양한 얼굴표정, 외모가 여러모로 매력적이긴 했지만 어두운 색감 때문인지 왜소한 몸집 때문인지 몰라도 정말 독특한 모습을 가진 다른 드래곤들에 비해서 임팩트가 약했다는 느낌.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안드는 부분은 바로!! 영화 제목.... 드래곤 길들이기가 뭐니 드래곤 길들이기가... 그리고 주연 드래곤 이름도 부르기 어려운 투슬리스 -_ -... 그리고 <쿵푸팬더>에 비해서는 너무나도 부족했던 홍보도 그렇고 뭐랄까... 마치 시험삼아서 만들어본 작품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 건 나만의 생각일까? 만약 영화 제목과 캐릭터 이름에 좀 더 신경을 쓰고 홍보만 <쿵푸팬더>정도 했다면 작품성 뿐 아니라 흥행면에서도 <슈렉> 시리즈 다음 가는 흥행작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변화가 시작되는 드림웍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기념비적일 수도 있을 작품인 <드래곤 길들이기>... 개인적으로 <슈렉>과 더불어 드림웍스 최고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고 드림웍스의 다음 작품을 보면 단순한 시험작이었는지 변화의 신호탄이었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기에 드림웍스의 다음 행보가 매우 기대가 된다. 개인적으로 픽사 작품에 이어 또 하나의 볼만한 애니메이션들이 많아진다는 점은 참 행복일 테니까~



뱀다리. 사실 다음 작품<메가마인드>은 벌써 봤기 때문에 뭔가 써놓고도 오글거리기는 하다 ㅎㅎ 근데 상당히 아리까리함 ;;;

뱀다리2. 영화 <아바타>와 여러모로 비교하는게 꽤나 재밌기는 하지만 나중에 시간이 되면 썰을 풀어보도록 하겠다.

뱀다리3. 3D 영화는 꼭 극장에서 봐야겠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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