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과 혁명의 만남 -스피드 레이서- [Movie] 영화/드라마

스피드 레이서 (Speed Racer, 2008)

감독 : 앤디 워쇼스키/래리 워쇼스키
출연 : 에밀 허쉬(스피드)/크리스티나 리치(트릭시)/매튜 폭스(X)/정지훈(태조)
기타 : 2008-05-08 개봉 / 133분


아주아주 어릴 적에 희미하게 기억나는 자동차가 있었다. 날아라 번개호...(원작은 마하 고고 지만 번개호가 더 익숙하니~) TV 만화는 기억에서 사라졌고 남은 것은 번개호라는 이름을 가진 삼지창 형태의 레이싱카의 모습과 운전대에 붙어있는 5개의 버튼. 그리고 그 버튼을 누르면 나오는 특수기능인 점프와 톱날 정도?

2008년 전혀 생각하지도 기대하지도 않았던 번개호는 그렇게 부활했다. 그것도 천재라 불리우는 워쇼스키 형제에 의해서~!! 거기다가 아주 고소한 양념인 정지훈이라는 나름 한국의 월드스타도 볼 수 있었으니 ㅎㅎ

먼저 종합해 보자면 이 영화는 정말 물건이다!! 

일단 기본적으로 뇌없는 블록버스터 계열에서 벗어난 어느정도의 탄탄함을 가진다. 매트릭스처럼 원래 심각한 스토리라인을 가진 블록버스터가 아닌 아예 어린이 만화를 원작으로 삼았으니 단순하 애들용 패밀리 영화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는 그런 단순한 평가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의외로 탄탄한 구성을 보여준다. 자칫 화려한 영상과 눈돌아가는 카메라 워킹, 애들 만화 같은 소재 때문에 잘 느끼지 못하겠지만 전체적인 기승전결과 짜임새는 평균 이상을 보여준다. 이 부분이 바로 감독의 역량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겠지만 진행이 되면 될 수록 새삼스레 감탄을 금치 못했다. 역시 명불허전이라고 워쇼스키 형제의 역량을 다시 한번 확인해 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 영화가 혁명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높게 평가 받는 부분은 바로 한단계 업그레이드 한 액션씬이다. 매트릭스에서의 신선한 충격은 이번 스피드 레이서에서는 더욱더 업그레이드 되었다고나 할까? 현란한 카메라 워킹과 현란한 색채 감각이 돋보이는 카-푸 액션씬은 정말 넋을 쏙 빼놓는다는 말이 들 정도로 엄청난 영상을 전달해 준다. 단색을 위주로 한 배색은 조금만 잘못 써도 유치해 보이면서 눈이 어지러운 효과를 가지는데 이런 배색들을 가진 레이싱 카들이 정말 현란하게 움직인다고 한다면 눈의 피로함을 가져오기 때문에 상당히 사용하기 난해한 조합인데 이 영화에서는 보란듯이 엄청난 카메라 워킹을 이용한 역대 최고 수준의 퀄리티를 가진 카-푸 배틀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너무 현란해서 눈이 심하게 피로해지는 것도 아니다. 대체 어떡해 한 것일까??

정답은 절묘한 연출이다. 자세히 보면 현란하게 움직이는 액션씬 중간 중간에 정지된 영상(주로 레이서들의 얼굴)이 수직/수평으로 교차되면서 보여진다. 이런 연출은 영화 전체적으로 많이 사용이 되는데 너무나도 동적인 현란한 액션씬과 배색으로 피로해질 수 있는 영상에 필터링을 해주는 기능을 해준다. 그래서인지 처음에 이런 생소한 영상을 보면서 걱정스러웠던 점(눈이 금방 피로하고 어지럽겠다는 생각)이 영화를 다 감상한 후에는 별로 느껴지질 않았다.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영화 사상 역대 최고의 CG 액션씬을 단색으로 소화하면서도 이런 효과를 줄 수 있다는 것이... 이건 트랜스포머의 CG와는 다른 부분의 정말 혁명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영상임이 분명하다. CG를 멋지고 자연스럽게 만드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가능하지만 이런 식의 연출은 기술력과는 무관한 영역일 테니 말이다.


자~ 정지훈 얘기를 좀 해보자. 정말 파격적으로 이런 대작에 캐스팅된 한국 배우라니!!! 라고 해도 솔직히 이 영화도 별 관심 없이 감상하기 시작했던 터라 중간부터 "어라? 어디서 많이 본... 아!! 비!!" 라고 놀랐을 정도니... 개인적으로 평가를 해보자면 왜 그렇게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는지 -_-a ;; 특별히 연기력이 많이 떨어지거나 한 건 아니지만 너무 긴장한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보인건 나만 그렇게 보인건가... 좀 더 자연스러웠으면.. 이라는 아쉬움이 남기는 했지만 나름대로 합격점을 줄 수 있는 정도. 하지만 이런 만화같은 영상에서의 정지훈의 모습은 좀.... 안어울렸다. 헬멧쓰고 있는 얼굴을 보니 웃음밖에 안나오더이다 ㅋㅋ


솔직히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물건을 건진 것 같은 기분이다. 개인적으로도 이런 CG에 거부감을 일으킬 것 같아서 별로 볼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사람들의 평가는 극과 극을 달렸다. 세계적인 흥행에서는 실패했고 국내에서는 정지훈 때문에 그나마 체면치레를 한 정도? 이 예상은 보기 전과 보고 난 후에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단순한 패밀리 킬링타임용 영화로 본다면 너무 높은 수준의 영상과 구성 때문에 불편하고 다른 면으로 보자니 결국 따지고 보면 애들용 만화 이야기이고 ;;; 흥행에 성공한다면 그게 더 기적이었겠지... 라는 생각이 든다.


시대를 앞서가는 선구자라고나 할까? 실험작의 냄새가 진하게 풍기는 스피드 레이서... 예전 번개호의 추억과 혁명적인 영상의 만남은 2시간여 동안 나의 눈과 뇌를 즐겁게 해줬다.



뱀다리. 번개호를 기억하는 연령대라면 30대라는 말!!!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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