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약 xxx였다면? -추격자- [Movie]

추격자

감독 : 나홍진
출연 : 김윤석, 하정우, 서영희
기타 : 2008-02-14 개봉 / 123분


난 사실 스릴러 영화를 즐기지 않는다. 하지만 넌센스인 점은 내가 꼽는 최고의 한국영화가 살인의추억 이라는 사실~!

그리고 이 영화를 감상한 후에도 여전히 지금도 살인의추억을 최고로 꼽고 있지만 이 추격자도 그에 비해 절대 떨어지지 않을 정도의 충격을 가져다줬다. 이 두 작품의 차이란 한국형 범죄스릴러라는 선빵을 어느 작품이 먼저 잡았냐~라는 정도 뿐(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부분이겠지만)...


경고!!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가 내장되어 있으니 안 보신 분들은 열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한다면 범죄 스릴러물 치고는 특이하게도 처음부터 범인이 누군지 관객들에게 알려주고 시작한다는 부분이다. 예전에 공공의적 이란 영화와 비슷한 부분이지만 역시나 특이한 부분이다. 범죄 스릴러의 가장 큰 흥미로움 중 하나인 누가 범인일까?? 라는 패를 깐 담에 시작한 것과 마찬가지란 것이다. 하지만 그 패를 깐 후에도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긴장감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미진이 살아서 탈출을 위해 몸부림치고 증거가 없으면 풀려날 수 밖에 없는 지영민의 시간이 데드타임이 되어서 다른 종류의 긴장감으로 관객들을 압박한다. 

또 영화는 자신이 그 인물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정도의 몰입도를 가진다. 감독의 손바닥 안에서 놀고 있는지조차도 모른채 관객들은 안타까움과 분노어린 눈길로 지영민이 풀려나는 모습을 보게되고 겨우 탈출에 성공한 미진의 모습에서 안도감을 느낀다. 하지만 영화는 관객들의 이런 기대를 철저히 무시하게 되고 결국 미진은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관객들은 좌절과 비참함을 느끼게 된다. 미진이 죽을 때의 느꼈던 감정은 살인의추억에서 어린 여중생이 처참하게 죽었을 때의 감정과 비교될만큼 비참한 것이었고 관객들은 자신도 모르게 등장인물들에게 완벽히 동화되게 된다. 그 모습을 보게 되는 엄중호의 몸부림. 그 모습이 바로 관객들 자신의 모습일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그리고 아무런 이유 없이 살인을 저지르는 지영민의 모습. 하지만 지영민은 타 영화에서처럼 치밀하고 영리한 지능범이 아니다. 단지 재수만 좋았을 뿐인 평범한 청년일 뿐이다. 그래서 더욱 무섭다. 

사실 김윤석이 누굴까 고개가 갸우뚱 거려졌고 화면에서 봤을 때도 어서 많이 봤는데... 하고 아리까리 했었는데 건들거리는 폼 보니 아귀 구나!! 김윤석이 연기한 엄중호라는 인물을 볼 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인물. 맞다. 송강호가 연기한 박두만이 오버랩된다. 처음에는 단순히 돈(중호), 보통수사(두만)을 위해서 범인을 잡으려고 하지만 어떤 계기점을 맞으면서 변하기 시작한다. 두만은 죽은 여자사체의 음부에서 복숭아씨를 발견한 후부터... 그리고 중호는 미진의 딸에 대한 연민과 지영민이 조카에게 한 짓을 본 후부터 변하기 시작한다. 중호가 목숨을 걸고 영민을 잡으려고 변하는 부분이 어색했다는 말도 있지만 순수한 아이의 모습과 인간같지 않은 잔인함을 가진 영민의 과거를 알고 나서부터 심경의 변화가 일어난 부분은 자연스럽게 연결이 된다. 또 애초에 아팠던 미진을 억지로 떠밀었던 자신에 대한 죄책감까지 겹쳤다고 생각한다면 중호의 심경의 변화는 이해가 가능하다. 이런 중호를 연기한 김윤석의 연기는 송강호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았고 살인마로 연기변신을 한 하정우 역시 소름 끼칠 정도의 싸늘함과 무감정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김윤석에 비해 결코 떨어짐이 없을 만큼의 비중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김미진을 연기한 서영희 역시 마지막 장면에서 죽은 척을 하면서도 좌절과 절망감 때문에 손이 떨리는 모습을 너무도 적나라하게 연기하면서 영화의 균형을 맞출 정도로 열연을 보여줬다.

그리고 영화에서는 사회를 신랄하게 까댄다. 살인의추억에서도 역시 그 당시 사회의 부조리함을 까대기는 했지만 시대적 배경이 옛날인지라 크게 와닿지 않았다고 한다면 이 영화에서는 실제로 분노가 느껴지게 만들정도로 까고 또 까댄다. 똥맞은 서울 시장의 거만함을 까고 그 사건과 맞물려 연쇄살인사건을 자신들의 권위유지에 이용하는 경찰과 검찰 윗대가리들의 부조리함을 까고 가장 중요한 시기에 낮잠을 즐기는 현직 경찰도 까댄다. 특히나 지영민이 풀려나는 과정을 본다면 아직도 증거원칙주의인 우리나라 수사과정에 대한 회의감을 가지게 만들 정도로 안타까움을 보여주게 된다. 실제 유영철의 경우에도 범인의 진술에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한계를 보였던 경찰이기에 이 부분은 안타까움과 우리나라 경찰에 대한 신뢰감이 떨어질 정도로 신랄하게 비판을 했다고 생각한다. 좀 심했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경찰관들은 우리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구!!!)


개인적으로 왕의남자,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괴물 같은 천만 관객돌파 영화들 중 그 어떤 것도 살인의추억을 넘어서지 못했다. 그만큼 살인의추억은 독보적이었지만 이번 추격자는 그 턱밑까지 치고 올라올 정도로 대단한 영화였다. 살인의추억은 범인을 잡으려는 형사물, 극도로 반대인 두 형사가 교차되어 변화하는 모습, 그리고 둘만의 교감, 사회 부조리에 대한 풍자, 그 시절에 대한 향수, 웃음, 그러면서도 최고의 긴장감을 주고 미완료 사건을 주제로 한 범인이 없는 핸디캡을 깔끔하게 마무리 지으면서 모든 것이 밸런스를 이루는 최고의 작품이 되었다. 하지만 추격자는 그에 미치지는 못한다. 다양한 측면에서 볼 수 있었던 살인의추억과는 달리 추격자는 범죄스릴러물다운 분위기로만 밀고 나갔는데 역시나 범인이 초반에 공개되어버린 핸디캡은 생각보다 컸고 올인을 했으면 그에 맞는 슬래셔적인 충격영상이 어느정도 양념처럼 있어야 그 핸디캡을 메꿀만한 긴장감 조성이 될텐데 영화가 너무 순진했다.(미진이 죽을 때의 장면 같은... 딸랑 그 한 장면 뿐이니...) 그리고 좀 세밀하게 그려졌어도 될 법 할 엄중호의 변화가 너무 급속도로 이루어진 부분도 걸리는 부분 중에 하나. 아무래도 이쪽 장르에서는 신인급 감독이어서 그랬을까? 전체적으로 여러부분에서 세련된 영상을 보여주지 못한 부분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아쉬움이란 것은 그만큼의 발전을 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전혀 실망하지 않는다. 이 정도 수준의 영화를 볼 수 있음에 감사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살인의추억에서 추격자가 나오기까지 5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앞으로 얼마나 또 기다려야 이런 작품들을 감상 할 수 있을지... 기다려본다.


뱀다리1. 하지만 제일 아쉬운 점은 영화 제목이다!! 추격자가 뭐냐 추격자가!!! 아주 영화이름 부르기가 x팔릴 정도 ;;
뱀다리2. 결국 이 영화 최고의 악역(?)은 동네슈퍼 아줌마라는 의견에 동의하는 1人...
뱀다리3. 얼마 전에 김윤진 주연의 세븐데이즈를 봤는데 역시나 수작인 범죄스릴러 영화. 영화가 좀 더 스케일이 컸으면 정말 대작이 되었을 텐데 라는 진한 아쉬움을 줬다. 며칠 사이에 괜찮은 범죄스릴러 영화2편을 보게 되어서 참 만족스러움.
by auxo38 | 2008/03/15 00:44 | 영화/드라마 | 트랙백(1) | 덧글(0)
트랙백 주소 : http://shivaism.egloos.com/tb/4223165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Tracked from JOSH의 험난한 세상.. at 2008/03/15 11:23

제목 : [Movie] 추격자
추격자를 봤습니다.정말 일 시작되면서 끝까지 사람을 확 잡아 쥐락펴락 하면서가슴이 벌렁벌렁하게 만드는데,저처럼 호러영화나 고어영화 싫어하는 사람은..... 보기 참 힘들었습니다.그렇게 고어한게 마구 나오는 건 아닙니다.그렇다고 안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즉, 어차피 그런 류가 부담되는 사람에겐 매한가지입니다.아직 뭔가 일이 안터졌음에도 불구하고 초반에 조여갈 때이미 이 감독이 아주 능글맞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앞으로 진행될 전개가 겁나기 시작했......more

:         :

:

비공개 덧글

<< 이전 다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