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사'의 신비로움에 매료되어 읽은 다음 작품이 바로 오늘 이야기 할 '오자히르' 란 작품이다.
여기서 나오는 자히르의 개념이란 아랍어로는 보이고 존재하고 느낄수 있는 것을 말한다. 우리의 사고를 점령해서 우리를 다른것에 집중할수 없게 만드는 것이라고 해야 할까... 그 존재는 사물일 수도 있고 사람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주된 목적은 자히르가 아니었다. 어찌보면 지금까지 살아온 나를 비롯한 모든 이들의 사랑에 대한 이해를 송두리째 바꿔버릴 수가 있는 위험한(?) 내용으로 가득차 있다.
사랑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라는 물음을 던진다면 어떡해 대답을 할 것인가?? 일반적인 시각에서 바라보자면 남녀 사이에 사랑이 생기면 사귀게 되고 사귀다가 결혼을 하게 된다. 하지만 결혼생활이 몇달에서 몇십년까지 지속되면서 과연 서로 간의 사랑이 얼마만큼 지속이 될까?? 흔히들 사랑때문에 결혼을 하지만 결국은 정 때문에 산다고들 말하지 않는가. 그것이 과연 사랑이라는 이름표를 붙일 수 있는 감정인가?? 코엘류는 이런 대답하기 곤란한 아주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에스테르가 영문도 모르게 떠나가고 나(주인공)에게 있어서 에스테르라는 존재는 자히르가 되어 버린다. 자히르의 존재를 거부하기 위하여 새로운 여자를 사귀면서 잊어보려고 하지만 잊혀지지는 않는다. 그리고 에스테르와 함께 사라졌던 몽골 청년 미하일을 만나면서 다시금 자히르의 존재는 나를 옭아맨다. 미하일과 지내면서 나는 자히르로써의 에스테르를 잊어버리게 되고 그 때서야 에스테르에게 다가갈 수 있음을 느낀다.
책에서는 인류가 만든 모든 규칙들을 거부한다. 그 규칙들이 바로 자히르란 존재인 셈이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사랑을 해서 결혼을 한다는 것. 결혼을 하게 되면 여러가지 제약들이 따른다. 다른 이성을 만나거나 자거나 해서도 안된다는 것들. 이 모든 것들을 자히르라는 존재로 말한다. 이야기 속에 나오는 영원히 만나지 못하는 기차길의 양쪽 선로처럼 자히르란 인간을 구속하는 모든 존재를 일컫는다. 그리고 말한다. 자히르가 사라지면 인간의 본성이 나온다고.
인간은 누군가를 사랑하기 때문에 존재한다. 누군가를 사랑을 해야 아이를 낳고 종족번식을 해나가기 때문일까. 바로 이 이야기에서의 사랑의 개념은 자히르를 벗어난 상태. 순수한 인간 본능의 상태일때의 감정을 말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책의 마지막에서 에스테르를 만나지만 에스테르는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주인공은 그 모든 상황을 받아들인다. 아버지가 누군지 모르는 상태에서 태어난 생명. 만약 그 아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그 생명은 태어날 때부터 죄를 가지고 태어나게 될테니까. 그리고 그 생명으로 인해 또다른 자히르가 만들어질 테니 말이다. 원죄없는 잉태와 생명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코엘류는 자신의 이야기를 마무리 한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면 그 사람이 모든 것을 감싸안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사람이 자히르가 되어버린다면 사랑의 본질은 흐려지게 되고 그 어떤 행위를 하더라고 구속과 속박이라는 단어에 얽매이게 될테니 말이다. 에스테르의 아이를 받아들인 것처럼 에스테르도 주인공이 다른 여자와 사귀었다는 사실도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행동. 결정. 생각 모든 것을 포용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정말 꿈만 같은 말이다. 하지만 바로 잡을 수 있는 꿈일 수도 있다는 것이 더욱 더 안타깝다. 사랑의 본질을 이렇게도 적나라하게 표현한 글은 지금까지 없었다. 너무 적나라하게 까발려진 사랑의 본질은 모든 사람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할 수도 있고 자기 자신이 그렇게 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너무도 투명하게 드러나게 되는 것을 부정하기 위해 "머 이따위 책이 다있어!!" 라고 화를 내면서 자기방어를 할 수도 있다. 사실 우리 주변의 수많은 규칙이나 제약들로 인해서 손에 잡힐 듯 하지만 잡히지 않는 개념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렵다. 정말 어렵다. 하긴 사랑이라는 단어를 감히 글로 풀어 쓴다는 것 자체가 거만 할 수도 있는 행동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코엘류라는 작가에 의해 한발자국 정도는 더 사랑이라는 본질에 가까이 갈 수 있었다는 생각에 기쁨을 느낀다. 비록 현실에서는 이루어지기 힘든 이야기. 두 사람만의 조그마한 유토피아를 감상 한 것이겠지만 이 이야기가 주는 느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이루어지기 힘든 꿈을 가지면서 사는 존재이니깐 말이다. 그리고 사랑을 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동물이니까...